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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첨단 퀀텀컴퓨터 기술의 산실..구글 '퀀텀 AI 캠퍼스' 둘러보니

정성호 입력 2021. 08. 20. 13:10 

 

영하 273도 초저온서 돌아가는 컴퓨터..내부는 빛·공기·자기장 차단된 별세계

구글의 퀀텀 컴퓨터의 내부 모습. [구글 제공=연합뉴스]

구글의 퀀텀 컴퓨터의 내부 모습. [구글 제공=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퀀텀(양자) 시스템의 내부는 마치 선(禪)과 같은 공간이다. 조용하고 어둡고 지구 자기장도 없고, 오직 퀀텀 신호만이 살아 있다."

구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에 마련한 '퀀텀 AI(인공지능) 캠퍼스'에서 미디어를 상대로 가상 투어를 진행한 구글의 수석 퀀텀 엔지니어 에릭 루세로는 퀀텀 컴퓨터 내부를 이렇게 묘사했다.

양자 컴퓨터는 현재의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하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산을 처리하고, 슈퍼컴퓨터는 풀지 못한 과제를 풀어줄 미래의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양자 역학의 원리인 얽힘과 중첩을 이용해 연산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 외에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를 연구하는 중이다. 구글은 양자 컴퓨터 개발에서 선도적 위치에 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9년에는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을 수백초 만에 푸는 양자 컴퓨터 '시커모어'를 개발해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컴퓨터의 성능을 앞질러 우위에 서는 '양자 우위'에 도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퀀텀 AI 캠퍼스는 구글이 퀀텀 컴퓨터를 설계·제작하는 산실로, 이날 공개된 퀀텀 컴퓨터는 성인 2명이 양팔로 끌어안을 수 있는 크기의 금속 통의 모습이었다. 통의 상부에는 수많은 케이블이 연결돼 있었고, 이 통 주변으로는 컴퓨터 서버 같은 각종 전자장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루세로 엔지니어는 이 금속 통이 퀀텀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냉장고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초전도 방식의 퀀텀 컴퓨터를 채택했는데 이는 초저온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루세로 엔지니어는 구글의 퀀텀 컴퓨터가 10밀리켈빈(mK)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섭씨 영하 273.4도에 해당하는 초저온으로, 우주 공간의 온도인 4켈빈(영하 269.15도)보다도 더 추운 것이다. 압축된 헬륨 가스를 주입해 금속 통 내부를 냉각한다.

실제 아직 조립 중인 퀀텀 컴퓨터 내부를 보면 여러 단(段)으로 나뉘어 설계돼 있는데 그 맨 아래 단에 퀀텀 프로세서를 장착한다.

또 금속 통은 통 안에 다른 통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총 6겹 구조로 돼 있다. 가장 안쪽의 통은 구리로 돼 있지만 그 바깥의 통은 알루미늄 소재다.

루세로 엔지니어는 "알루미늄이 초전도성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초전도성 퀀텀 비트(큐비트·양자 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가 우리의 퀀텀 프로세서를 구성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초전도성이란 전자가 아무런 저항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를 말하는데 알루미늄이 초전도성을 띠려면 이런 극저온 상태여야 한다.

구글의 수석 퀀텀 엔지니어 에릭 루세로. [구글 제공=연합뉴스]

구글의 수석 퀀텀 엔지니어 에릭 루세로. [구글 제공=연합뉴스]

또 이 금속통 내부는 진공 상태로 유지되고 맨 바깥 은(銀)통은 특정한 금속 소재를 써서 지구 자기장을 차단하도록 만들어졌다. 맨 안쪽 구리통에는 안쪽에 에폭시를 두텁게 칠해 적외선 등 빛을 봉인한다.

빛과 공기, 자기장 등 온갖 외부 요소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밀폐된 공간 안에서 퀀텀 프로세서가 돌아가는 것이다.

루세로 엔지니어는 이 퀀텀 시스템 1대가 25㎾(킬로와트) 정도의 전력을 소모한다고 밝혔다. 슈퍼컴퓨터는 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쓰는 것과 견주면 크게 적다는 것이다.

루세로 엔지니어는 "그 덕분에 대형 발전소 옆이 아니라 샌타바버라 시내에 연구실을 임대해도 된다"고 말했다.

구글은 앞으로 이 지역에 풍부한 햇빛을 이용해 전력 수요 일부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 캠퍼스에는 현재 총 10대의 퀀텀 시스템이 건설 중이거나 가동되고 있다고 루세로 퀀텀 컴퓨터 엔지니어는 설명했다.

구글은 2029년까지 '오류 보정 퀀텀 컴퓨터'를 만든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외부 환경에 민감한 퀀텀 프로세서는 불가피하게 연산 오류가 발생하는데 이를 자체적으로 보정하는 궁극의 퀀텀 컴퓨터인 셈이다.

그 전 단계로 큐비트 수천 개를 연결한 '오류 보정 로지컬 컴퓨터'를 2년 내에 완성하고 이어 수백만 개의 큐비트를 이은 오류 보정 퀀텀 컴퓨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퀀텀 컴퓨터가 나오면 기존의 컴퓨터는 사라질까.

루세로 엔지니어는 "스마트폰의 프로세서나 노트북의 칩은 모두 고전적 컴퓨터로 퀀텀 컴퓨터와는 서로 다른 종류의 컴퓨터"라며 "이 둘은 공생 관계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퀀텀 컴퓨터가 등장해도 기존 컴퓨터는 고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것이란 얘기다.

루세로 엔지니어는 퀀텀 컴퓨터 1대를 조립하는 비용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대신 지구상 특정 지역에서만 나오는 소재가 필요하고, 특정한 파트너사만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조립하는 기술·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퀀텀 컴퓨터는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루세로 엔지니어는 "컴퓨터 연산의 훨씬 더 풍요로운 공간을 탐색하도록 해줄 것"이라며 "퀀텀 컴퓨터가 스마트폰 컴퓨터를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풀 수 없는 특정한 문제를 풀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퀀텀 컴퓨터의 내부 모습. [구글 제공=연합뉴스]

구글의 퀀텀 컴퓨터의 내부 모습. [구글 제공=연합뉴스]

일례로 지금 인류가 쓰는 에너지의 2% 정도가 질소를 비료로 만드는 데 쓰이는데 퀀텀 컴퓨터가 있으면 이렇게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질소화합물을 만드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건물 소재로 쓰이는 콘크리트와 금속을 대신할 새로운 튼튼한 소재를 찾을 수도 있고, 머신러닝에서는 학습 과정을 크게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새로운 배터리나 원자로를 설계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식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루세로 엔지니어는 말했다.

그는 또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주머니 속에 퀀텀 컴퓨터를 넣고 다니는 세상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근하듯 퀀텀 컴퓨터가 지원하는 시스템에 연결될 수 있다면 사실상 누구나 퀀텀 컴퓨터를 이용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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