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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왔는데 사진은 3장만? 뇌가 비명을 질렀다

고용석 입력 2021. 08. 12. 09:15 수정 2021. 08. 12. 09:30 
 

디지털 중독자의 스마트폰 금식 이야기

[고용석 기자]

▲ 도쿄 긴자의 블루보틀 커피 한 여름, 뜨거운 더위를 뚫고 간 블루보틀 카페. 그곳에서 우연히 한 가족을 보게 되었다.
ⓒ 고용석

 
2019년 8월 여름, 일본 도쿄에 있었다.

지금처럼 코로나도 없었고 마스크도 없이 자유롭게 홀로 도쿄의 긴자 거리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유명한 카페에 들어갔다.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들른다는, 인스타에도 꼭 포스팅해야 하는 그런 카페였다.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멀리서 한국인 가족이 들어왔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어머니. 아이는 중학생쯤 되어 보였다. 아버지는 "여기가 그 유명한 커피집이야?"라고 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는 카페의 시그니쳐 메뉴 3개를 주문하고 가져왔다. 여기까지만 해도 일본에 여행 온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우연하게 내 앞에 앉았기 때문에 흐뭇한 마음으로 가족을 관찰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표정이 점점 굳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역력했다.

원인은 아이에게 있었다. 아이는 카페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손에 스마트폰이 있었고 계속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나조차도 '어떻게 저렇게 한순간도 손에서 놓지 않고 게임을 하며 걸을 수 있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이는 게임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음료를 가져다주어도 잠깐 반응할 뿐 게임 속 세상에 빠져 있었다.

아버지의 표정은 어두워지는 걸 넘어 분노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필자가 계속 그 자리에 있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졌다. 아이는 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시선은 온통 스마트폰에 있었다.

갑자기 아버지가 이를 악물고 "게임만 할 거면 도대체 뭐하러 여기 왔니" 하며 화를 내며 아들에게 다그쳤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게임만 했다. 결국, 5분도 채 안 되어 그 가족은 카페를 나갔다. 그 자리에는 먹다 만 세 잔의 음료가 있었다. 아이 앞에 있던 음료수는 거의 줄어들지 않은 채로.
 

여행지에서 집으로 '순간 이동' 하는 법

그곳에 앉아 한동안 그 가족을 생각했다. 머릿속에서는 '아버지는 왜 화가 난 것일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당연히 아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옆에서 어머니가 입에 음료를 갖다줘도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에서 아버지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모습 이면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었다.

바로 '존재'의 문제. 아이는 스마트폰을 하면서 엄밀히 말하면 카페에 존재하지 않았다. 육체는 그곳에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영혼(?)은 스마트폰 속 게임 세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은 모호한 상황이 바로 아버지가 분노한 이유였다.

아버지는 여행을 준비한 수고도 있었을 것이다. 조금씩 저축하고 몇 달 전부터 계획하고 동선을 짜는 등 가족과의 추억을 위해 아내분과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행지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은 그곳에 있는 대신 게임 속 세상을 선택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여행지에서 항상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다녔고 눈으로 무언가를 보기 전에 신기하다 싶으면 먼저 찍는 행위를 반복했다. 조금만 시간이 남으면 집에서 하던 패턴대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웃긴 게시물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여행의 재미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행을 하는 이유가 낯선 곳에서의 모험 때문이라면 스마트폰은 낯선 곳에서 다시 집으로 '순간 이동' 시켜주는 도구였다. 집에서와 똑같은 패턴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순간 내가 일본에 있든 어느 여행지에 있든 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할수록 점점 여행지에 대한 흥미보다 스마트폰 속 자극적인 콘텐츠가 더 재미있었다.

'이럴 거면 뭐하러 여기 왔을까'라는 생각이 내면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0년 1월 1일. 겨울 휴가 기간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김포공항에서 티케팅을 마치고 누구나 한 번씩은 찍는다는 '티켓샷'을 찍으려 카메라 어플을 실행했다. 그 순간 '또 이렇게 여행할 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면의 목소리는 그동안 내 여행 패턴을 지적했다. 수백, 수천 장의 사진들을 찍고 유튜브를 보며 걸어 다니고 조금만 심심해지면 스마트폰 속 세상에 들어가 있는 나 자신이 떠올랐다. 아무리 신나는 여행을 떠난다 할지라도 스마트폰이 있다면 여행의 재미는 반감될 게 뻔했다.

고민 끝에 스마트폰을 중지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여행 때 의지하는 몇 가지 기능을 아예 중지하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수십 장씩 찍어대던 사진은 단 3장으로 줄이기로 했다. 하루에 단 3장. 그리고 음악과 유튜브도 숙소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금지했다. 카톡이나 인스타 등 SNS도 버스 이동 중에 잠깐 확인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6일간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며 여행했다. 


카메라 대신, 내 시선을 택한 6일 
 

▲ 제주도 여행, 오직 하루에 3장만 찍기로 했다.  보통 여행에 수십장의 사진만 찍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3장만 찍기로 하자 뇌는 굉장히 당황했다. 보이는 풍경마다 눈으로 보기보다 카메라로 저장하고픈 욕구가 강했다. 그만큼 대충 보고 스마트폰 메모리에 모든걸 맡기고 살아왔던 것이다.
ⓒ 고용석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간이 지난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풍경이 펼쳐질 정도로 생생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절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출발하는 날 공항에서부터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하루 3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 당시 노트에 '뇌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라고 썼을 정도니 말이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사진이었다. 조금만 멋진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보면 누구나 바로 카메라 어플을 실행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눈으로만 봐야 했기에 금단 증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내가 얼마나 세상을 '대충'보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가만히 서서 단 1분이라도 관찰한 적이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어플을 실행하고 가장 아름답게 찍히는 필터를 고르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수십 장을 찍고서 '이제 이 풍경은 내 것이다' 라는 위안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없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다. 손은 계속 스마트폰을 향하고 어떻게든 그 순간을 저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오직 내 눈으로 저장해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관찰해야 그 순간을 내 것을 만들 수 있음을 말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 무조건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어야 한다. 그리고 먹을 때도 음식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누구와 함께 식사하지 않는 이상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입과 눈이 정신없이 각자가 원하는 걸 섭취한다. 

이 외에도 화장실, 잠자리에서도 항상 스마트폰과 함께한다. 제주도 여행에서 이런 습관들을 중지하자 엄청난 금단증상을 겪었다. 스마트폰을 빼앗긴 뇌는 끊임없이 지루해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빨리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해!'라며 소리쳤다. 

지금부터 이 이야기들을 하려고 한다. 이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마트폰을 중지한 채 여행하고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때 높은 관심과 공감을 얻어 베스트 게시판에도 등재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이곳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여행할 때 느꼈던 감정과 해결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연재해 보려고 한다. 

이 글을 통해 나와 같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디지털 디톡스와 관련된 이야기는 예전에 커뮤니티에 연재를 한 적이 있지만 '디지털, 잠시 멈춤'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모두 삭제한 상태입니다. 또한 여행기에 집중해서 연재를 한 적은 없기에 중복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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