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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칼럼] 쇠락하는 제도 종교

 

정재영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등록일:2021-06-03 10:31:26

 

한국인의 종교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한국갤럽에서 올해 한국인의 종교의식과 종교생활에 대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는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데, 먼저 현재 믿는 종교에 대해 60%는 '없다'고 응답했다.
 
2015년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56.1%가 무종교라고 한 것보다 더 증가한 수치로 우리 사회가 매우 비종교적인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도 종교인 비율은 2004년에 54%로 정점을 찍은 후에 2014년 50%, 이번 2021년 조사에서는 40%로 10%p 이상 줄었다.
 
종교 분포는 개신교 17%, 불교 16%, 천주교 6%로 조사됐다. 인구센서스에서 개신교가 19.7%, 불교가 15.5%, 천주교가 7.9%로 나온 것과 비교하면 개신교는 3%p 가까이 줄었지만 여전히 신자 수가 가장 많은 종교이다.
 
문제는 종교별 호감도인데,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는 ‘불교’ 20%, ‘천주교’ 13%, ‘개신교’ 6%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종교 분포를 고려하면, 비종교인의 천주교 호감도는 교세보다 두 배 이상 높고 개신교는 신자 수의 3분의 1 수준이다. 여러 조사에서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는 불교와 천주교가 1·2순위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고, 개신교는 언제나 3위였다. 따라서 비종교인이 60%이기 때문에 전도 대상자가 많다고 기뻐할 일이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 종교에 대한 호감도 모두 과거보다 하락했다는 점이다. 비종교인 중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2004년 33%에서 2014년 46%로 그리고 이번에는 61%로 늘었다. 따라서 종교가 없는 사람이 앞으로 종교를 가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비종교인에게 과거 신앙 경험을 물은 결과, 25%만 ‘종교를 믿은 적 있다’고 답해 비종교인의 75%가 지금까지 한 번도 종교를 믿은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과거에 믿은 종교로는 개신교가 52%로 가장 많았는데 그 만큼 이탈자가 많다는 뜻이다.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비종교인의 과반수(54%)가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7%)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어서’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응답은 1997년 26%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것은 한국의 종교들이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인가?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종교가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번 조사에서 자신의 개인 생활에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매우+어느 정도) 중요하다’는 응답이 38%로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 데서도 알 수 있다, 1984년 68%에서 지속적으로 줄다가 이번에 역대 최하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비종교인들은 11%만 종교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마찬가지로 종교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 준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매우+어느 정도) 도움 준다'는 응답이 2014년 63%에서 2021년 38%로 하락했다. ‘(별로+전혀) 도움 주지 않는다’는 응답은 반대로 38%에서 62%로 늘어서 7년 사이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인식이 뒤바뀌었다.
 
특히 종교인들은 대체로 종교가 사회에 도움 된다고 보지만 비종교인은 82%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렇게 종교가 개인이나 사회에 대하여 도움이 되지 않고 중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종교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초월적 존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은 편이었다. ‘기적’에 대해 믿는 사람은 57%였고, ‘죽은 다음의 영혼’과 ‘극락/천국’ 각각 43%, ‘절대자/신’ 39%, ‘귀신/악마’ 38% 순으로 나타났다. 비종교인 중에서도 45%는 기적의 존재를 믿는다고 응답했고, 내세에 대해서 23%가 믿는다고 응답했다.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비종교인 중에서도 영적인 차원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공식 종교 인구에 포함되지 않지만 무속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매우 많으며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 본인의 종교를 무속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점집을 찾거나 굿을 하는 등 무속 신앙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거 때나 입시철마다 점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최근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해 무속인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고 많은 대중매체에도 무속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무속·역술 산업의 시장 규모도 어림잡아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우리나라에 무속 신앙을 가진 사람이 얼마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으나 엄밀하게 무당과 신도의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더라도 굿, 점사, 치성을 하는 사람은 줄잡아 1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종교적 차원 또는 영적인 차원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제도 종교의 쇠퇴를 막을 수 있을까

종교인 수가 줄고 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종교에 관심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종교 단체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영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영미권에서는 이것을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들에 대한 조사를 따로 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의 무종교인들에 대한 공식 보고서인 ‘미국의 무종교인들: 무종교 인구에 대한 개요’라는 제목의 ARIS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도전은······다른 종교들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조직화된 종교에 대한 거부로부터 온다.”
 
오늘날에는 종교의 틀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종교의 기능을 대신하는 이른바 대체종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종교를 통해서 얻었던 마음의 위안이나 정서적 지지 또는 의례를 통한 카타르시스 등을 스포츠나 동호회를 비롯한 다양한 여가 활동이 대신해 주고 있다.
 
사람들은 종교가 부과하는 의무는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종교가 제공하는 공동체적 돌봄이나 정서적인 안정은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종교학자인 다이애나 버틀러 배스는 ‘교회의 종말’에서 제도 교회의 쇠퇴를 경고하고 있다. 오늘날 전통적인 종교 명칭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기독교인이라는 말도 점차 광신자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인들은 자신들이 그들과 한 묶음으로 취급당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변명하기 바쁘다.
 
이번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종교인들에게는 큰 도전이다. 아무리 자신의 종교가 위대하다고 외쳐도 전혀 설득력이 없고 공허한 울림이 되고 있다.
 
또한 기성종교들끼리 서로 우월하다고 경쟁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더 약화시킬 뿐이다. 사람들이 종교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대에 종교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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