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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적 구석기 유물 1000여점, 10년째 창고에 방치돼"

전익진 입력 2020.08.29. 08:03 
 


“세계적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같은 구석기 유물 1000여 점이 창고에서 10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원로 고고학자 최무장(80·고고학 박사) 전 건국대 박물관장의 말이다. 최 박사는 10년째 고고학을 연구하고 책을 쓰는 틈틈이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과 한탄강 주변 지역 일대 폐교 부지 등지를 둘러보거나 지역 유지들을 만난다. 조그만 선사(先史) 박물관을 운영할 자리가 있나 물색하기 위해서다.


최 박사, 임진강변의 구석기 유적지 발견
최 박사는 1996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 구석기 시대 유적지를 발견했다. 이 유적지는 연원이 3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국대 박물관장이었던 그는 농경지에서 찍개, 긁개, 찌르개 등 전기 구석기 유물 130여 점을 발굴했다.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소개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소개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그는 “이들 유물 중 단단한 석영 재질의 강자갈에 한쪽 돌편만 떼 투박하게 만든 ‘외날 찍개’는 이전엔 발견된 적이 없는 가장 원시적 타제 석기 모양을 띠고 있어 이곳이 20만~30만년 전의 전기 구석기 유적지임을 처음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임진강 일대에서 후기 구석기시대(3만5000~1만년 전) 유물을 다량으로 발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기(20만~30만년 전)와 중기(8만5000~3만5000년 전) 구석기 유적지로 알려진 임진강 일대가 후기 구석기 유적지로도 새로운 조명을 받게 했다.

2005년 10~11월 민통선과 인접한 연천군 중면 삼곶리 임진강변에서 주먹도끼, 외날 찍개, 긁개, 첨두기, 조각기, 르발루아 석핵(몸돌), 르발루아 석편, 양극 석편 등 30여 점의 ‘불탄 석재 석기’를 발견했던 것. 불탄 석재 석기는 가장 단단한 돌 가운데 하나인 석영으로 된 강자갈을 불에 구운 후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떼어 정교하게 만든 게 특징이다.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외날 찍개, 양날 찍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왼쪽부터). 전익진 기자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외날 찍개, 양날 찍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왼쪽부터). 전익진 기자


최 박사는 “전기와 중기 구석기 시대에는 단단한 강자갈을 직접 돌로 때려내 단순한 형태의 도구를 만들었지만, 후기 구석기 시대에는 자갈을 불에 구워 손쉽게 다량의 대형 석기를 만들어 사용한 것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발견된 유물은 그동안 프랑스 등 서유럽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됐던 것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발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진강·한탄강 구석기 유물 알려야
50여년간 임진강·한탄강 일대에서 구석기 유물을 조사하고 연구해온 최 박사는 그동안 학술연구 및 발굴, 지표 조사 외에 개인적인 지표 탐사 과정에서 채집한 1000여 점의 구석기 유물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

희귀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비롯해 외날 찍개, 양날 찍개, 긁개, 새김돌, 몸돌 등 다양한 석제 생활도구(타제 석기) 들이다. 신석기·청동기·철기시대의 마제 석기, 빗살무늬 토기편, 창끝, 석검, 화살촉, 어망 추, 철제 외날 칼 등 삼국시대 이후 역사시대 유물 300여 점도 있다.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구석기 유물이 창고에 10년째 보관돼 있는 모습. 전익진 기자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 변에서 채집한 구석기 유물이 창고에 10년째 보관돼 있는 모습. 전익진 기자


연천군 전곡읍 한탄강변에 위치한 전곡리 선사 유적지는 30만년 전 구석기인들이 살던 곳이다. 전기 구석기인들의 근거지였던 이곳은 1978년 동두천에 주둔하던 주한미군 그렉 보웬이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동아시아에서 처음 발견하면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이 석기가 유럽과 아프리카에만 존재한다던 학설이 뒤집어지기도 했다.

최 박사는 앞서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에 조그만 민간 선사 박물관을 만들어 운영했었다. 자신이 채집하고 수집한 선사시대 유물과 역사시대 유물을 전시했었다. 하지만 인근에 소총 사격장이 들어서면서 10년 전 박물관 문을 닫았다. 이후 인근 동두천시 창고에 유물을 보관 중이다.

최 박사는 “작은 선사박물관을 임진강·한탄강 주변에 다시 열어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연천 임진강·한탄강 일대의 다양한 구석기 유물을 널리 알리고 싶은 게 생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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