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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미국에 대해 4가지를 몰랐다" 중국인들의 뒤늦은 통탄

임상훈 입력 2020.07.25. 11:27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미중무역전쟁과 중국의 '내로남불'

[오마이뉴스 임상훈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중국을 향한 서방세계의 옥죄기가 전 방위로 가속화되고 있다. 20세기 세계를 미국과 양분했던 소련의 위상을 대체하고자 했던 중국이라면 지금의 고립 상황을 무척 당황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전임자들과 달리 그동안 써 온 경찰모도 벗어 던지고 다짜고짜 달려드는 트럼프의 미국에 대해서 어느 나라도 함께 거들어 맞서 주지 않는다. 고립주의를 내세운 미국보다 오히려 중국이 점점 고립되고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 7월 21일 미국은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으로서는 지난 1979년 수교 이래 최대의 대미외교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그들을 향한 전 세계 여론은 냉랭하기만 하다. 왜 중국이 이렇게 됐을까?
 

미국에 대해 생각 못한 4가지

최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는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다이쉬 교수의 지난 3월 강연에 정확한 문제제기가 들어 있다. 다이쉬 교수는 강연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해 생각 못 한 네 가지와 10대 새로운 인식"을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한 미국과 관련해 중국이 놓친 네 가지는 1) 미국의 원한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는 것 2) 미국의 수법이 이토록 악독할 줄 몰랐다는 것 3) 미국에 얻어맞는데 편들어 주는 나라 하나 없다는 것 4) 중국 때리기에 미국의 공화당-민주당이 따로 없다는 것 등이다.

지금 미국의 반중 정서는 여야 구별할 것 없이 중국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리고 중국을 향한 미국의 공격은 중국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집요하다. 가장 중요하면서 어쩌면 중국이 가장 뼈아프게 생각할 것은 세 번째다. 중국이 부당하게 당하고 있는데 대해 지구촌 어느 누구도 동정해주지 않는다. 왜일까? 주변국들이 모두 중국에 똑같은 방식으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미중무역전쟁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일련의 품목에 대해 고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때만 해도 중국은 전 세계가 자유무역체제를 위협하는 미국에 맞서 자신들 옆에 설 줄 알았던 듯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회마다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우군 확보에 자신감을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이 해군을 포함해 해외병력 운용을 주춤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슬그머니 남중국해 군사 활동을 늘려 나갔다.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화인민공화국향항특별행정구유호국가안전법(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 처리했다. 인도와의 국경선에서는 무력충돌로 인해 수십 명의 인도군 사상자를 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해서도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불응해 왔다.

중국은 이러한 일련의 갈등에 대해서 여전히 기계적인 국제법 해석과 힘에 의한 질서유지를 믿고 있는 듯하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 국가들과의 갈등을 미국과의 패권경쟁의 연장선에서만 보고 있다. 인도와의 국경 충돌로 인한 인명살상은 우발적 사고로 치부한다. 홍콩과 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인권 차원의 문제제기도 국제법상 내정에 해당하며 외세가 부당하게 간섭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더 많은 예들이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사오보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노르웨이를 상대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물론 국제질서는 힘의 논리와 실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재편된 결과와 원칙을 조약과 협정 등의 형식으로 명문화시키는 것이 국제법이다. 하지만 국제법이 명문화되는 과정에는 반드시 보편적 윤리와 합리적 명분이 함께 새겨 넣어져야 정당성이 담보된다. 국제질서는 따라서 명분 싸움 그 자체다. 미국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온갖 부당해 보이는 요구를 특정 국가 또는 국제사회에 강요해 왔어도 그 위에 잘 포장된 명분이 놓여 있었기에 국제질서를 주도해 올 수 있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AP

미국은 차베스-마두로의 베네수엘라에 부당한 개입을 했지만 명분 싸움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물러나지 않을 수 있었다. 칠레, 리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수많은 국가를 전복시키거나 정권을 강제로 바꿔 놓아도, 심지어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그 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소요와 불안을 야기해도, 개입 당시의 명분 싸움에서 승부를 결정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을 포함 소위 '우방국' 땅에 불공정한 특혜를 받으며 해외주둔군을 운용하고 있는 것도 그들의 명분이 해당국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아무리 미국의 행위라 하더라도 설득력 있는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을 피하기 어려운 예들도 많이 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유네스코 탈퇴, 중국과의 무역분쟁 등은 자국의 이익관계에서 타산이 맞는지 몰라도 국제질서 차원에서 보자면 철저하게 미국을 고립시키는 행위들이었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물론 보편적 명분이 전혀 없지는 않다.
 

중국이 놓치고 있는 것

중국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왜 미국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국제사회는 동정도 하지 않을까? 중국이 연루되어 있는 대부분의 갈등에는 중국 입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보편적 명분이 철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으로서는 뼈아프게도 홍콩, 위구르자치구 등 엄밀하게 따지면 국내 문제들이다. 아무리 고유 주권이 미치는 국내 상황일지라도 그것이 인권문제와 결부되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다툼의 여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중국은 억울하겠지만 그렇게 국제사회가 중국을 때리고 고립시킬 여지를 중국 스스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서 최근 프랑스도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화웨이의 5G 통신망 배제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국제사회의 의견이 위구르족 탄압 문제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만큼 명분을 확실하게 선점하기 때문이다.
 

▲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LG유플러스 등의 기업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용산사옥
ⓒ 연합뉴스

 
홍콩 문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홍콩 상황보다 심각한 곳이 신장위구르자치구다. 신장 지역은 중국의 5개 자치구 중 하나로, 가장 서쪽에 위치하고 면적이 한반도의 9배나 되는 중국에서 가장 넓은 행정구역이다. 과거 중국의 역사에서 서역으로 불리는 곳이었는데 오랫동안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슬람교와 범터키어 계열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를 거치는 동안 계속해서 한족의 지배를 받아 왔다. 실크로드 교역의 핵심 지역인 이곳이 회교도들의 영향권에 놓이는 것을 꺼려하는 한족의 경계심 때문이었다. 신장지역의 위구르족은 그 후 청나라 전까지, 그리고 청나라의 패망 후 잠시 독립을 이룬 적도 있었지만 1949년 공산당 지배의 중국에 다시 합병된다.

공산당 지배 하의 중국은 근본적으로 역사 속의 한족이 위구르족을 지배하던 이유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이 지역이 자체적으로 세력을 규합하지 못하게 하는 것. 최근에는 천연자원을 포함한 에너지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어, 더더욱 중화권의 세력 하에 단단히 묶어놓고 싶어 하는 게 중국 당국의 입장이다.

더구나 소비에트 해체 이후 중국은 이질적 문화를 가진 이들의 독립요구가 거세질 것을 두려워하며 이들은 더욱 철저하게 감시하기 시작한다.

감시와 통제가 심해질수록 위구르족의 저항은 거세지고 그럴수록 이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탄압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1997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총 190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식인과 교수, 예술가, 운동선수가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일들도 빈번했다.
 

▲  인도네시아의 위구르인 탄압 항의 시위
ⓒ 연합/EPA

 
2018년 9월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이곳 신장 지역에서 엄청난 인권침해 사례들이 있다고 고발했다. 중국 정부가 이곳에 100만 명 규모로 추정되는 거대한 수용소를 운용하며 수용된 이들을 세뇌교육 시키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교육센터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인하고 있다. 애국교육의 장이자 사회통합을 위한 직업훈련소라는 것.

하지만 왜 정상적 교육체제를 두고 굳이 이런 특수한 '교육' 시스템을 운용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는 못한다. 마을에 따라서 성인의 40%가 구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관련분야를 탐사해온 아드리아 젠츠 박사는 가임여성들에게는 불임시술까지 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인위적 인구 통제까지 한다는 의심이 설득력 있다.

중국은 자신들의 국내 주권이 미치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진상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의 국제사회 신뢰도가 떨어지고 중국에 대한 부당한 압력에도 우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GDP가 미국을 앞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럴수록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이 생각하는 '악독'한 미국의 공격을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항하려면, 미국의 '음모'에 저항하기에 앞서 미국의 음모들이 어디를 겨냥하는지, 그 명분과 근거가 어디를 향하는지 중국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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