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열대에서만 자란다? 아마추어 과학자의 엉뚱한 도전

입력 2018.02.26. 07:06 수정 2018.02.26. 14:26 

 

백발의 일본 아마추어 농업연구자 
영하 60도 동결-해동 재배법 개발
틀을 깬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성과

[한겨레]

‘동결 해동 각성법’이라는 독특한 바나나 재배법을 개발한 다나카 세쓰조. 재단법인 아스코

‘동결 해동 각성법’이라는 독특한 바나나 재배법을 개발한 다나카 세쓰조. 재단법인 아스코

바나나는 연중 섭씨 27도를 웃도는 기후에서 자라는 열대식물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영양도 풍부해 전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식품이다. 우리에겐 과일이지만 주산지인 열대지방의 많은 사람들에겐 주식이기도 하다. 일본은 산지가 아님에도 바나나 인기가 특히 높다. 일본인들이 바나나에 맛을 들인 건 120여년 전 청일전쟁 승리로 대만을 식민지로 편입하고부터다. 오늘날 바나나는 일본산 사과, 감귤을 제치고 즐겨 먹는 과일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바나나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수입과일이다.

열대기후가 아닌 데서도 바나나를 재배할 수 있다면? 일본의 한 아마추어 농업연구자가 40여년 매달린 끝에 일본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시장 진입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농업 수익과 함께 농산물 국산화도 이루고 휴경지도 활용하는 일석삼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재배 방식은 이렇다. 우선 종자를 특수 용액 속에 넣는다. 세포보호제 구실을 하는 식품첨가제 트레할로스가 포함된 용액이다. 그러곤 얼어죽지 않도록 6개월에 걸쳐 영하 60도까지 서서히 동결시킨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동결한 모종을 해동하고 노지에 이식한다.

개발자는 농업기업 디앤티팜의 기술이사 다나카 세쓰조(69)다. 그는 식물에 빙하기를 유사체험시키는 것이 이 재배법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이런 논리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빙하기를 겪었다. 이는 추운 빙하기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걸 뜻한다. 열대식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세포 안에는 추위를 견뎌내는 환경적응력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이를 짧게나마 체험시켜 잠자고 있는 능력을 깨우면 저온에서도 잘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발상이다. 그는 그래서 이 재배법에 ‘동결 해동 각성법’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는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됐을까? 어린 시절 그는 달콤한 바나나를 배불리 먹고 싶은 게 소원이었다. 당시 바나나는 매우 값비싼 수입과일의 대명사였다. 성인이 된 뒤 그는 생업을 하면서 취미 삼아 바나나 재배를 시도했다. 우선 열대기후를 재현해보려 했다. 비닐하우스에 전기난로를 설치했다. 하지만 10년이 다 되도록 성과가 없었다. 포기를 하려던 중 영감을 얻는 계기가 왔다.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소철의 화석이 준 영감이었다. 관상용으로 인기 높은 소철은 숱한 빙하기를 극복해왔다 해서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그는 열대식물인 바나나도 빙하기를 지나왔으니 추위에 견디는 힘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몬게바나나는 당도가 높은데다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껍질째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몬게바나나닷컴

몬게바나나는 당도가 높은데다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껍질째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몬게바나나닷컴

그가 개발한 바나나는 ‘몬게 바나나’란 브랜드로 시판 중이다. ‘몬게’는 오카야마현의 속어로 ‘대단하다’ ‘놀랍다’는 뜻이라고 한다. 맛은 어떨까? 우선 당도가 일반 바나나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또 껍질이 얇고 부드럽다. 이 때문에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바나나’라는 점을 판촉에 활용하고 있다. 먹어본 사람들은 껍질의 질감은 양상추와 비슷하고, 당도는 바나나 속과 거의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아직 생산량이 매우 적고 값이 무척 비싸다는 것. 오카야마의 한 백화점에서 한 주에 10개씩만 판다. 바나나 1개당 가격도 무려 648엔(약 6400원)이다.

저온 장기보관 처리로 식물의 생존력을 높인 것에 과학자들도 흥미롭고 놀랍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것이 빙하기의 유전정보를 각성시킨 결과라는 설명은 입증할 수 없는 가설일 뿐이라고 한다. 김상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다만 저온에 오래 보관을 해서 미리 저온에 대항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며 “이는 백신을 맞혀 병원균 내성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영하 60도라는 극저온처리 방식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과감한 시도는 ‘빙하기를 체험시키보자’는 엉뚱한 발상에서 나왔다. 이는 오히려 그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유엔은 2050년 인구 100억 시대가 되면 지금보다 2배 이상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그에 대비하려면 다양한 식량 해법이 필요하다. 유전자변형기법에 의한 지엠오(GMO)의 존립 기반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엠오는 유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먹거리에 관한 문제인 만큼 안전성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자면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발상 전환들이 필요하다. 다나카의 성과는 그런 사례의 하나다. 그는 자신의 재배법을 더욱 연마해 감자나 콩, 보리 같은 주요 작물의 경작 가능 지역을 다른 기후대까지 넓히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 아마추어 연구자의 집요함으로 탄생한 독특한 바나나 재배법은 과연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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