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멘토 모리, 죽음이 삶에게 건네다

 

 

전수경
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머릿속이 새하얬다. 오직 중저음의 목소리가 나의 울부짖음에 겨우 몇 마디 응답을 하다가 거친 숨소리에 묻혔다. 아버지는 내 품에서 그렇게 돌아가셨다. 삶과 죽음 사이는 작두날처럼 단호하다. 낮과 밤의 경계에는 여명이라도 있다. 하지만 삶과 죽음 사이는 너무나 명확해 그것을 가늠할 어떠한 여지도 인간에게 남기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아버지의 임종으로 깨달았다.

 나는 이제 삶을 이전과 달리 보게 됐다. 그것은 유한하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남은 시간을 아끼고 관계들을 유효하게 맺는 방법을 궁리하는 버릇이 생겼다. 늦게 철이 든 셈인가. 죽음이 드라마나 소설에나 등장하는 사건이 아니라 바로 나의 미래에 닥칠 일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내 삶의 목표가 분명해지는 것 같다.

 죽음은 이미지로 종종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옛적에 적장의 머리를 성곽에 매달아 적군의 사기를 누그러뜨리곤 했다. 죽음이 곧 닥칠 엄연한 사실임을 적들에게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죽음은 이미지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결말을 예고한다. 이달 2일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쿠르디의 사진이 전 세계에 안긴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난민의 죽음은 흔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머리를 박고 엎드린 쿠르디의 모습은 죽음의 사실과 함께 그의 평온한 잠을 동시에 연상시켰다. 그 결과 쿠르디의 죽음을 패러디한 삽화들이 다투어 제작되고 난민을 구하자는 운동이 널리 펼쳐지는 중이다. 죽음을 기록하는 한 장의 사진은 죽음의 사실뿐만 아니라 삶을 동시에 대비시키기에 산 자에게 강한 호소력을 갖는 것 같다. 쿠르디의 죽은 모습은 살아 있는 누구나의 미래이고, 또한 살아서 뛰어놀다 지쳐 자는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이미언 허스트(1965~ )는 주로 동물의 사체를 활용한 작품으로 자신의 예술적 성공을 구가해 왔다. 내장이 훤히 드러나게 종단면으로 토막 낸 소나 양을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투명한 육면체 상자에 넣고 진열하는 방식을 택한다. 심지어 사람의 두개골에 80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를 빼곡하게 박은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죽음의 증거인 해골을 욕망의 대상인 보석으로 뒤덮음으로써 바니타스(Vanitas)의 전통을 따른다. 미술사에 종종 등장하는 허무주의적 지적과 역설이 바로 바니타스다.

 그의 작품은 동물과 사람의 죽음을 활용한 직설적 표현과 그것이 놓이는 공간의 냉정한 분위기로 관객에게 두려움에 가까운 충격을 준다. 몇몇 환경론자는 허스트의 미술이 지나치게 죽음을 강조하고 생명을 경시한다면서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하다. 하지만 허스트는 죽음의 엄연한 사실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직시하고 그 삶을 가치 있게 채우자고 역설한다. 이는 고대 로마시대에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들어야 했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구호와 일치한다. 그 뜻은 “죽음을 기억하라”, 곧 “그대도 반드시 죽는다”이다.

 미켈란젤로의 서명이 있는 유일한 조각 ‘피에타(The Pieta)’를 대학원 시절 바티칸에서 봤다. 피에타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마리아가 품고 애도하는 미술사의 전형적 도상이다. 미켈란젤로는 물결쳐 흘러내리는 마리아의 옷 주름이 예수의 몸을 구름처럼 감싸듯 조각했다. 기력 없이 안긴 채 처진 예수의 모습은 분명 죽음으로 비치지만 미켈란젤로는 피부의 탄력을 부드럽게 드러냄으로써 일말의 생기를 남겼다. 이는 죽음을 넘어선 영속된 다른 차원의 삶을 암시한다. 여기서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세계로 향한 통로다.

 그날 피에타 앞에서 나는 부모님과 함께 있었다. 그러나 한 분은 이제 세상에 없다. 죽음은 세상과의 단절이다. 나는 여전히 세상에 있고 그림을 그린다. 지금도 아버지의 방에 가면 그분이 외출했다 곧 돌아오실 것만 같다. 내가 아버지를 품에 안고 그 마지막 호흡을 지켜볼 줄은 그날 피에타 앞에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전수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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